
기타를 치지 않는 사람이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 들어오면, 꼭 한마디 하는데요.
"너 방에 왜 이렇게 잡동사니가 많아?"
잡동사니라니. 이게 다 필요한 건데.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는, 보통 사람의 방에는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사연이 붙어있죠.
오늘은 여러분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피크 -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는 당연하게도 피크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피크가 "어딘가에" 있는데요.
서랍 안, 바지 주머니, 세탁기 속, 소파 틈새, 책상 위, 기타 케이스 주머니.
분명 열 개는 샀는데 손에 잡히는 건 항상 한두 장뿐이죠.
그래서 또 사고, 또 사라집니다.
피크는 기타 치는 사람에게 양말 같은 존재입니다.
반드시 한쪽이 사라지고, 어느 날 뜬금없는 곳에서 발견되는데요.
대청소하다가 침대 밑에서 피크 다섯 장이 나올 때의 그 감정.
기타 치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카포 -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마법 도구
카포 하나면 곡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코드 진행인데 카포 위치만 바꿔도 노래가 밝아지기도 하고, 한없이 깊어지기도 하는데요.
처음 카포라는 걸 알게 됐을 때의 그 충격을 기억하시나요?
"이걸 여기 끼우기만 하면 된다고?" 싶었던 그 순간.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는 카포가 최소 하나, 많으면 두세 개쯤 굴러다닙니다.
하나는 기타 헤드에 늘 끼워져 있고, 하나는 케이스 안에, 나머지 하나는 어디 갔는지 모르는 상태.
결국 피크와 비슷한 운명입니다.

튜너 - 소리를 맞추는 시간이 주는 것
요즘은 앱으로도 충분히 튜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는 클립 튜너가 하나쯤 있는데요.
(헤드에 꽂아두면 그게 또 하나의 멋..)
연주 전에 한 줄 한 줄 소리를 맞춰가는 그 시간.
사실 그게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순간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줄을 튕기고 바늘이 가운데로 오는 걸 지켜보는 그 몇 초 동안은 온전히 기타와 나만 존재합니다.
기타를 잡는 순간 세상의 소음이 멈추는 건, 어쩌면 튜닝할 때부터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트링 - 갈 때를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기타 줄을 언제 갈아야 하는지. 이것은 기타를 얼마나 오래 쳤느냐의 척도 같은 부분인데요.
처음에는 줄이 끊어져야 "아 갈아야 하나" 싶습니다.
좀 치다 보면 소리가 탁해질 때 감이 오면서,
더 오래 치면, 줄 위에 낀 때를 손끝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도 교체 타이밍을 알게됩니다.
새 줄로 갈아 끼운 뒤 첫 스트럼.
그 맑고 청량한 울림은 정말이지 며칠간 기분이 좋은데요.
(마치 샤워하고 나온 기타 같달까..)
줄 교체는 분명 귀찮은 일이지만, 그 첫 소리를 아는 사람은 절대 미루지 않습니다.

악보 - 쌓이는 것들이 실력이 된다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는 악보가 쌓입니다.
프린트한 종이 악보, 태블릿에 저장한 PDF, 즐겨찾기 해둔 악보 페이지.
다 치지도 못하면서 "이 곡도 언젠가 쳐봐야지" 하며 모아두기도 하는데요.
기타 치는 사람의 악보 컬렉션은 독서가의 '읽고 싶은 책 리스트'와 같이,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렇게 쌓아둔 악보를 어느 날 불쑥 꺼내 쳐보면 예전엔 안되던 곡이 된다는 것입니다.
손가락이 기억하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동안 몰래 실력이 올라간 건지.
악보는 그냥 쌓여가는 것 같지만, 사실 실력도 함께 쌓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타 스탠드 - 꺼내 놓아야 치게 된다
케이스에 넣어두면 안 치게 되는.
이건 기타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진리입니다.
눈에 보여야 손이 가며, 그렇기에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는 기타 스탠드가 있고, 그 위에 기타가 항상 세워져 있습니다.
TV 보다가, 유튜브 보다가, 멍하니 앉아 있다가도 눈에 들어오면 한 번 잡게 됩니다.
그렇게 무심하게 잡아서 아무 코드나 쳐보는 그 몇 분.
사실은 그게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 아닐까요?
거창한 연습이 아니라 그냥 기타가 거기 있으니까 치는 것.
그게 결국 오래 치는 사람들의 비밀이기도 합니다.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는, 기타가 있는 게 아닙니다.
피크가 있고, 카포가 있고, 튜너가 있고, 스트링이 있고, 악보가 쌓이고, 스탠드 위에 기타가 놓여있습니다.
남들이 보면 잡동사니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하나하나가 기타와 함께한 시간의 흔적입니다.
처음 기타를 잡던 날부터 지금까지, 그 시간이 방 안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가끔 생각해보기도 하는데요. 기타를 안 쳤으면 내 방은 어땠을까.
(아마 훨씬 깔끔했을까요..?)
서랍에서 피크가 나올 일도 없고, 소파 틈새를 뒤질 일도 없고, 한밤중에 조용히 기타를 치다 시간을 잊어버리는 일도 없었을까요.
깔끔하지만, 조금은 심심한 방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나아가 우리는 이 잡동사니들을 좋아합니다.
어질러져 있어도 좋고, 자꾸 사라져도 좋고, 쓸데없이 늘어나도 좋습니다.
이것들이 있다는 건, 내가 여전히 기타를 치고 있다는 뜻이니까.
여전히 기타를 치고, 코드를 잡고, 소리를 만들고 있다는 뜻이니까.
여러분의 방에도 이런 것들, 항상 함께하고 있으신가요?
혹시 제가 빼먹은 게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여러분의 방에 있는 '기타 치는 사람만 아는 물건' 궁금하네요!
기타를 치지 않는 사람이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 들어오면, 꼭 한마디 하는데요.
"너 방에 왜 이렇게 잡동사니가 많아?"
잡동사니라니. 이게 다 필요한 건데.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는, 보통 사람의 방에는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사연이 붙어있죠.
오늘은 여러분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피크 -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는 당연하게도 피크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피크가 "어딘가에" 있는데요.
서랍 안, 바지 주머니, 세탁기 속, 소파 틈새, 책상 위, 기타 케이스 주머니.
분명 열 개는 샀는데 손에 잡히는 건 항상 한두 장뿐이죠.
그래서 또 사고, 또 사라집니다.
피크는 기타 치는 사람에게 양말 같은 존재입니다.
반드시 한쪽이 사라지고, 어느 날 뜬금없는 곳에서 발견되는데요.
대청소하다가 침대 밑에서 피크 다섯 장이 나올 때의 그 감정.
기타 치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카포 -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마법 도구
카포 하나면 곡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코드 진행인데 카포 위치만 바꿔도 노래가 밝아지기도 하고, 한없이 깊어지기도 하는데요.
처음 카포라는 걸 알게 됐을 때의 그 충격을 기억하시나요?
"이걸 여기 끼우기만 하면 된다고?" 싶었던 그 순간.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는 카포가 최소 하나, 많으면 두세 개쯤 굴러다닙니다.
하나는 기타 헤드에 늘 끼워져 있고, 하나는 케이스 안에, 나머지 하나는 어디 갔는지 모르는 상태.
결국 피크와 비슷한 운명입니다.
튜너 - 소리를 맞추는 시간이 주는 것
요즘은 앱으로도 충분히 튜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는 클립 튜너가 하나쯤 있는데요.
(헤드에 꽂아두면 그게 또 하나의 멋..)
연주 전에 한 줄 한 줄 소리를 맞춰가는 그 시간.
사실 그게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순간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줄을 튕기고 바늘이 가운데로 오는 걸 지켜보는 그 몇 초 동안은 온전히 기타와 나만 존재합니다.
기타를 잡는 순간 세상의 소음이 멈추는 건, 어쩌면 튜닝할 때부터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트링 - 갈 때를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기타 줄을 언제 갈아야 하는지. 이것은 기타를 얼마나 오래 쳤느냐의 척도 같은 부분인데요.
처음에는 줄이 끊어져야 "아 갈아야 하나" 싶습니다.
좀 치다 보면 소리가 탁해질 때 감이 오면서,
더 오래 치면, 줄 위에 낀 때를 손끝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도 교체 타이밍을 알게됩니다.
새 줄로 갈아 끼운 뒤 첫 스트럼.
그 맑고 청량한 울림은 정말이지 며칠간 기분이 좋은데요.
(마치 샤워하고 나온 기타 같달까..)
줄 교체는 분명 귀찮은 일이지만, 그 첫 소리를 아는 사람은 절대 미루지 않습니다.
악보 - 쌓이는 것들이 실력이 된다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는 악보가 쌓입니다.
프린트한 종이 악보, 태블릿에 저장한 PDF, 즐겨찾기 해둔 악보 페이지.
다 치지도 못하면서 "이 곡도 언젠가 쳐봐야지" 하며 모아두기도 하는데요.
기타 치는 사람의 악보 컬렉션은 독서가의 '읽고 싶은 책 리스트'와 같이,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렇게 쌓아둔 악보를 어느 날 불쑥 꺼내 쳐보면 예전엔 안되던 곡이 된다는 것입니다.
손가락이 기억하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동안 몰래 실력이 올라간 건지.
악보는 그냥 쌓여가는 것 같지만, 사실 실력도 함께 쌓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타 스탠드 - 꺼내 놓아야 치게 된다
케이스에 넣어두면 안 치게 되는.
이건 기타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진리입니다.
눈에 보여야 손이 가며, 그렇기에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는 기타 스탠드가 있고, 그 위에 기타가 항상 세워져 있습니다.
TV 보다가, 유튜브 보다가, 멍하니 앉아 있다가도 눈에 들어오면 한 번 잡게 됩니다.
그렇게 무심하게 잡아서 아무 코드나 쳐보는 그 몇 분.
사실은 그게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 아닐까요?
거창한 연습이 아니라 그냥 기타가 거기 있으니까 치는 것.
그게 결국 오래 치는 사람들의 비밀이기도 합니다.
기타 치는 사람의 방에는, 기타가 있는 게 아닙니다.
피크가 있고, 카포가 있고, 튜너가 있고, 스트링이 있고, 악보가 쌓이고, 스탠드 위에 기타가 놓여있습니다.
남들이 보면 잡동사니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하나하나가 기타와 함께한 시간의 흔적입니다.
처음 기타를 잡던 날부터 지금까지, 그 시간이 방 안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가끔 생각해보기도 하는데요. 기타를 안 쳤으면 내 방은 어땠을까.
(아마 훨씬 깔끔했을까요..?)
서랍에서 피크가 나올 일도 없고, 소파 틈새를 뒤질 일도 없고, 한밤중에 조용히 기타를 치다 시간을 잊어버리는 일도 없었을까요.
깔끔하지만, 조금은 심심한 방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나아가 우리는 이 잡동사니들을 좋아합니다.
어질러져 있어도 좋고, 자꾸 사라져도 좋고, 쓸데없이 늘어나도 좋습니다.
이것들이 있다는 건, 내가 여전히 기타를 치고 있다는 뜻이니까.
여전히 기타를 치고, 코드를 잡고, 소리를 만들고 있다는 뜻이니까.
여러분의 방에도 이런 것들, 항상 함께하고 있으신가요?
혹시 제가 빼먹은 게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여러분의 방에 있는 '기타 치는 사람만 아는 물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