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더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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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팅 : (주)아임웹
기타를 처음 잡았을 때, 코드 하나 제대로 못 눌러서 손끝이 얼얼했던 그 시절 기억하시나요?
저도 마찬가지로 F코드 앞에서 며칠을 주저앉아 있었고,
손가락 마디마디에 줄 자국이 선명하게 남던 밤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어설픈 손으로 처음 완주했던 곡 하나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잊히지가 않더라구요.
여러분은 그 곡, 아직 기억하세요?
첫 곡.
첫 곡이라는 건 참 이상합니다.
잘 쳤던 곡도 아니고, 심지어 지금 다시 들어보면
"이걸 왜 그렇게 좋아했지" 싶을 때도 있는데,
그 곡만큼은 절대 안 잊혀지거든요.
아마 그 곡을 배우는 동안 우리가 겪었던 시행착오들이,
곡 자체보다 더 진하게 몸에 새겨졌지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몇 번을 틀리고. 몇 번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그러다 어느 날 처음부터 끝까지 막힘없이 쳐냈을 때의 그 순간.
손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알아챘던 그 순간.
저에게도 당연히 그런 곡이 있습니다.
지금 들으면 코드 진행도 단순하고, 솔직히 대단할 것 하나 없는 곡인데도,
그 곡의 인트로만 들으면 여전히 그 시절 풍경이 그대로 떠오릅니다.
좁은 방, 어설프게 잡은 자세, 옆에서 시끄럽다고 한마디 하던 가족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스스로.
곡 하나가 그 모든 걸 통째로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욱 신기한 건,
시간이 흘러서 그 곡을 다시 쳐보면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든다는 건데요.
예전에 그저 손가락이 안 움직여서 힘들었다면,
지금은 그 곡 안에 담긴 서투름 자체가 그립기도 합니다.
완벽하게 치는 지금보다, 오히려 삐걱거리던 그때가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
정확함을 얻는 대신, 그 처음의 떨림을 떠올린다는 건
실력이 늘수록 뭔가를 잃기도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함께 듭니다.
어쩌면 그렇기에
사람들이 오랜만에 기타를 다시 잡을 때,
새로운 곡보다 그 첫 곡부터 다시 쳐보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력을 확인하려는 게 아니라, 그때의 나를 한 번 다시 만나보고 싶어서.
손가락은 이제 그 코드를 어렵지 않게 짚어내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 시절 그 방으로 돌아가니까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곡이 있다면,
오늘 잠깐이라도 기타를 꺼내서 쳐보시는 건 어떨까요.
완벽하게 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그 곡은 애초에 완벽하려고 배운 곡이 아니었으니까요.
기타는 결국 곡을 남기는 게 아니라, 그 곡을 배우던 시간의 나 자신을 남기는 악기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첫 곡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시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