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스트랩 3칸만 줄이면, 안 되던 F가 눌립니다.

그랩더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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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는 곧잘 치던 곡이었습니다.

코드 전환도 익숙해졌고,

스트로크 패턴도 몸에 붙었고,

이 정도면 됐다 싶어서 스트랩을 걸고 일어선 순간.

첫 코드에서부터 삐끗하게 되는 경험 있으신가요?

분명히 눈 감고도 잡던 F 코드인데, 서니까 소리가 안 나는 경험.

손가락 힘이 갑자기 빠진 것도 아니고, 기타가 바뀐 것도 아닌데.

그 상황에서

"아, 아직 실력이 부족하구나. 더 연습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이건 스트랩 길이 몇 센티미터 문제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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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기타를 낮게 메고 싶어 할까요?

아닌 분들도 계시지만,

기타를 낮게 메고 싶은 분들의 가장 큰 이유는

당연 '멋'입니다.

기타를 처음 잡은 사람 중에 그 그림을 상상 안 해본 분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무릎 근처까지 내려온 기타, 살짝 숙인 고개, 그 위로 쏟아지는 조명.

분명 기타를 시작한 이유의 지분 중 최소 몇 퍼센트는 거기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스트랩을 사면 본능적으로 길게 빼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게 메면 뭔가 어설퍼 보이고, 재미가 없거든요 :)

여기서 문제는

그 몇 센티미터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바꿔놓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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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을 낮게 멜수록, 손목이 꺾입니다.

기타가 아래로 내려가면 넥도 함께 아래로 내려가게 되는데요.

그렇게 되면 왼손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 지판을 잡게 됩니다.

팔을 아래로 늘어뜨린 상태에서 손목만 위로 꺾어서 뭔가를 쥐어보면,

손등 쪽 힘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게 느껴집니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은 손목을 지나가기에

손목이 꺾여 있으면 그 힘줄이 이미 긴장된 상태로 당겨져 있게 됩니다.

그 상태에서 손가락을 벌리고, 세우고, 누르려면 실제보다 훨씬 큰 힘이 듭니다.

앉아서 칠 때는 아무렇지 않던 F 코드가 서면 안 눌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힘이 부족한 게 아니라, 있는 힘이 손목에서 새고 있는 개념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 바레 코드에서 유독 낮은 줄이 잘 안 눌린다.

- 새끼손가락이 지판에 닿지도 못하고 허공에서 논다.

- 5프렛 위로만 올라가면 왼팔 전체가 뻐근하다.

- 30분만 서서 쳐도 손목이 시큰거린다.

이런 문제들은 실력 부족의 증거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각도 문제입니다.

꺾인 손목으로 오래 연습하면 손목 힘줄에 무리가 쌓입니다.

기타 치다가 손목이 아파서 쉬게 되는 경우,

그 원인이 연습량이 아닌 자세인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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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낮게 메고도 잘 치는 사람들은 뭘까?

여기서 나오는 당연한 반문인데요.

"그럼 무릎까지 내려 메고도 신들린 듯 치는 그 사람들은 뭔데요?"

맞습니다.

실제로 기타를 아주 낮게 메는 유명 연주자들이 있고,

그들은 매우 잘 칩니다.

여기서 비밀은

그들은 기타를 낮게 메는 대신, 다른 걸 바꿉니다.

기타 몸통을 몸 쪽으로 눕히거나,

넥 끝을 위로 들어 올리거나,

몸을 살짝 틀어서 지판이 자기 쪽을 보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낮게 메고 있는데도 손목 각도는 중립에 가깝게 유지됩니다.

즉, 낮게 메고 잘 치는 게 아니라,

낮게 메고도 손목을 살리는 법을 몸으로 찾아낸 겁니다.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서.

그리고 하나 더.

그들이 무대에서 낮게 메고 있다고 해서,

연습실에서도 그렇게 앉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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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무조건 높이면 되나?

그건 또 아닙니다.

이 이야기의 결론이 "최대한 높이 메세요"였다면 글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기타를 가슴 위까지 바짝 올리면 왼손은 확실히 편해집니다.

하지만 이번엔 오른팔이 갇힙니다.

피킹하는 팔이 몸통에 붙어버려서 팔꿈치가 움직일 공간이 없어집니다.

스트로크가 손목만으로 이루어지니까 다이나믹이 죽고,

팔 전체로 그어야 나오는 시원한 소리가 안 나옵니다.

어깨도 게속 들려 있어서 금방 피곤해지는 문제가 생기기에

스트랩 높이는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닌,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양보하는 협상입니다.




그 지점을 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앉아서 칠 때 기타가 있던 그 자리에 맞추세요.

앉아서 연습할 때 우리는 이미 가장 편한 위치를 찾아둔 상태입니다.

기타 몸통이 허벅지 위에 있고,

손목은 별로 안 꺾여 있고,

오른팔도 자유롭습니다.

서 있을 때 그 위치를 그대로 재현하면 됩니다.


방법 또한 간단한데요.

스트랩을 멘 채로 앉으세요.

그리고 스트랩이 팽팽해지지도, 축 늘어지지도 않고

기타 무게를 딱 받쳐주는 길이로 조절합니다.

그 상태로 일어서면 앉았을 때와 거의 같은 위치가 나옵니다.

이 방법으로 얻는 이점은 하나 더 있습니다.

앉아서 연습한 게 서서도 그대로 나온다는 이점.

앉을 때와 설 때 높이가 다르면 우리 몸은 사실상 두 개의 기타를 배우고 있는 셈입니다.

집에서 아무리 연습해도 무대에만 서면 손이 낯설어지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손가락 힘이 남는 느낌이 든다면, 그동안 부족했던 건 실력이 아니었던 겁니다.

반대로 오른팔이 답답해졌다면 한 칸만 다시 내리세요.

그 사이 어딘가가 여러분의 자리입니다.

멋과 실력 사이에서 고민되는 마음 이해하지만

순서가 중요합니다.

연습할 때는 몸이 편한 높이로, 잘 되기 시작하면 그때 원하는 만큼 내리는 겁니다.

손이 먼저 자유로워지고 나면 그 다음엔 어디에 메든 칠 수 있게 되니까요.

낮게 메서 못 치는 게 아닌, 아직 낮게 멜 준비가 안 됐을 뿐입니다.

오늘 저녁에 기타 잡으시면, 스트랩부터 한번 만져보세요.

여러분이 몇 달째 못 넘고 있던 벽이 사실은 몇 센티미터짜리였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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