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기타 닦을 때 물티슈 써도 될까?

그랩더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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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한참 치다가 문득 상판을 내려다봤을 때.

손가락 자국, 팔뚝이 닿았던 자리, 어디서 묻었는지 모를 얼룩.

분명 어제까지는 깨끗했던 것 같은데 조명 각도가 바뀌니까 갑자기 다 보입니다.

그 순간 손이 제일 먼저 가는 곳은 대부분 정해져 있는데요.

책상 위 물티슈.

기타 전용 클리너는 어디 뒀는지 기억이 안 나고,

마른 천은 서랍 어딘가에 있을 텐데 지금 일어나기는 귀찮고.

물티슈 한 장이면 3초면 끝날 일인데.

그렇게 쓱 닦고 나면 확실히 깨끗해집니다.

그리고 바로 문제가 시작됩니다.

닦고 나서 갑자기 마음이 찝찝해지는 그 문제.

"이거 괜찮은 건가?"

이미 닦은 다음에 검색해보게 되는 그 순서, 다들 비슷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미 닦으셨어도, 기타 안 망가집니다.

한두 번 물티슈로 바디를 닦을 것 때문에 기타가 상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 기타가 당연히 멀쩡하게 잘 있을 거고, 앞으로도 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 글은

'큰일 났습니다'가 아닌, '어디를 닦은는지에 따라 얘기가 좀 달라진다'에 가깝습니다.

물티슈가 기타한테 애매한 물건인 이유는 성분 때문인데요.

물티슈는 그냥 물이 묻은 휴지가 아닌,

물이 상하지 않게 하는 보존제가 들어가고,

때가 잘 지워지도록 계면활성제가 들어가 있습니다.

제품에 따라 알코올이나 향료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 성분들은 사람 손에 쓰라고 만들어진 겁니다.

나무와 도장 위에 올라가라고 만든 게 아니기에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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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는 생각보다 튼튼합니다

기타 바디 표면은 맨나무가 아니라 도장으로 덮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도장이 어떤 종류냐에 따라 물티슈에 대한 반응이 꽤 다릅니다.

요즘 보급형부터 중급기까지 전부는 아니지만

폴리 계열 도장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두껍고 단단하고, 화학 성분에도 꽤 강합니다.

애초에 험하게 다뤄도 버티라고 만든 마감이기에

이런 기타라면 물티슈 몇 번으로 도장이 어떻게 되지는 않습니다.

조심하셔야 할 쪽은 라커 도장입니다.

빈티지 스타일 기타나 고가 라인에서 자주 쓰는 마감인데, 얇고 예민합니다.

알코올 성분에 특히 약해서,

반복해서 닿으면 광택이 흐려지거나 표면이 미세하게 무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기타가 어느 쪽인지 모르시겠다면,

대체로 가격대가 올라갈수록 라커일 확률이 높다고 보시면 대략 맞습니다.

정리하면

한 번은 괜찮지만, 매번은 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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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조심해야 할 곳은 따로 있습니다

바디보다 훨씬 중요한 곳이 있는데,

하필 물티슈를 제일 쓰고 싶어지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바로 지판.

지판에 때가 제일 잘 끼고, 프렛 옆으로 시커멓게 쌓인 게 보이면 바로 닦고 싶어지는데요.

그런데 지판은 대부분 도장이 안 되어 있는 맨 나무입니다.

로즈우드나 에보니 같은 나무를 그대로 노출시켜 둔 상태입니다.

도장이 없다는 건 방어막이 없다는 뜻으로, 물기가 그대로 스며듭니다.

나무는 수분을 먹으면 부풀고, 마르면 다시 줄어듭니다.

이게 반복되면 지판이 조금씩 뒤틀리거나,

프렛 주변이 미세하게 들뜨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판은 원래 적당한 유분이 있어야 건강한 부위인데,

계면활성제는 그 유분을 씻어냅니다.

닦은 직후엔 깨끗해 보이는데 며칠 지나면 유난히 푸석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판은 물티슈 대신 지판 전용 오일을 쓰시는 게 맞습니다.

그것도 자주 할 필요 없고,

계절 바뀔 때쯤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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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랑 금속 부품은 물기가 좋지 않습니다

줄, 프렛 등 금속으로 구성된 부위가 있습니다.

금속한테 제일 안 좋은 게 바로 수분인데요.

물티슈로 줄을 닦으면 그 순간엔 손때가 지워지지만,

줄 사이사이와 프렛 틈에 물기가 남습니다.

그리고 그 물기는 잘 안 마릅니다.

줄 수명이 유난히 짧다고 느끼셨다면, 원인이 여기 있을 수도 있습니다.

줄은 그냥 마른 천으로 쓱 훑는 게 최고입니다.

화학 처리도 필요 없고, 연주 끝나고 5초면 됩니다.

이거 하나만 습관 들여도 줄 갈아 끼우는 주기가 눈에 띄게 길어집니다.


그래서 한 번은 왜 괜찮고, 습관은 왜 문제일까

여기까지 읽으시면 좀 헷갈리실 수 있는데요.

핵심은 횟수입니다.

한 번 닦은 물티슈 성분은 대부분 증발하거나 남더라도 양이 미미합니다.

그런데 매번 닦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남은 성분이 표면에 아주 얇은 막처럼 쌓이기 시작합니다.

이게 쌓이면 광택이 미묘하게 죽고, 손이 닿는 자리만 유난히 끈적해집니다.

몇 년 뒤에 "왜 내 기타만 이렇게 칙칙하지" 싶은 날이 옵니다.

한 번은 사고고, 매번은 관리입니다.

당연히 관리는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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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뭘 쓰면 될까요?

극세사 천 한 장.

안경 닦는 그 천이면 됩니다.

평소엔 마른 상태로 쓰시고, 정 안 지워지는 얼룩이 있으면

물을 아주 살짝 묻혀서 꽉 짠 다음 닦고,

바로 마른 면으로 한 번 더 훑어주세요.

이게 사실상 전부입니다.

의외로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먼지 쌓인 기타를 마른 천으로 세게 문지르지 마세요.

먼지 알갱이가 사포처럼 작용해서 미세한 스크래치를 만듭니다.

먼저 털어내고 닦는 순서가 맞습니다.

그리고 극세사 천은 케이스 안이나 스탠드 옆,

손 뻗으면 바로 닿는 곳에 두는 게 좋습니다.

물티슈를 쓰게 되는 진짜 이유는 물티슈가 좋아서가 아닌,

그게 제일 가까이 있어서니까, 거리 문제를 해결하면 습관은 알아서 바뀝니다.

기타를 닦고 싶다는 마음은 사실 애정입니다.

아무 감정 없는 물건이면 얼룩이 있든 말든 눈에 안 들어옵니다.

조명 각도 바뀌었을 때 상판 얼룩이 보였다는 건,

그만큼 그 기타를 자주 들여다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 연주가 끝나시면,

극세사 천으로 줄 한 번 쓱 훑어주고 보관해주세요.

그거 하나로 충분한 날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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